• 2019. 10. 10.

    by. 영22

    [책 읽고 쓰고] 어떻게 살 것인가 - by 유시민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정치인이자 작가 유시민에게 출판사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출판 제안이 들어와 작업을 하면서 유시민 본인의 인생의 어떤 목표와 원칙이 있었는지, 삶의 욕망과 감정은 어땠는지 과연 지금까지 본인에게 맞는 삶을 살았는지 또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고 생을 마감할 것인지에 대해 쓴 책이다.

    유시민은 젊은 시절부터 반정부 시위 등으로 징역을 살고, 그 이후로는 정치인으로서 활동하며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하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활동하며 작고 큰 업적을 세우며 현재 작가로 또는 방송인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닥치는 대로 살았다고 주장을 한다. 꽤나 열심히 살았고,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정작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기보다는 남에게 또는 외적인 것에 집중하며 사는 경우가 많다. 온전히 나를 위해 또는 나의 행복을 위해 사는 삶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나에게 집중하여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인의 시선, 물질, 사회통념, 이념 및 명분이 아니라 스스로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스스로의 삶을 계획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데 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본인이 지금까지의 삶이 능동적이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무언가를 바꾸어야 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어느 정도 훌륭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다 저마다 각자의 삶이 있다. 어느 것이 더 훌륭한 삶인지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스스로 설계하고 선택한 삶이라면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원하는 대로 살 권리가 있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책이지만 정치적인 색이 많이 묻어있을까 피하던 책이었다. 나는 정치를 어느 쪽이건 직접 보고 확실한 것 아닌 것은 믿고 싶지 않기에 미루다가 이제 읽게 되었다. 유시민이라는 사람은 정치가이기도 했고 감옥도 가기도 했고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지만. 최근에 예능에도 출연하면서 작가로 활동하는 것을 알았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지식 다 박한 그가 생각하는 삶은 무엇인지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독서를 시작했다.
     
    유시민의 그렇게 다사다난한 55년을 살았지만, 본인은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현대인들이 돈을 벌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해나가는 삶이랑 다를 바 없다는 게 놀라웠다. 그래서 이제라도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 이 순간부터 죽기까지의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을 해본다.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보며 본받을만한 사람을 지목했는데 크라잉넛이었다. 크라잉넛은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본인들만의 개성 가득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노래하며 마음 가는 대로 살아왔다고 한다. 나도 크라잉넛을 좋아해서 공연을 보러 갔다 온 적이 없는데 세상 무서울 것 없는 태도였고 진짜 무대와 관객을 즐기는 여유가 정말 멋있었다. 저렇게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 같다. 유시민이 부러워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고 사실 이 대목을 읽다 보니 나도 왠지 부럽다고 느껴졌다. 이 부러움을 넘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기 위해 노력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크라잉넛의 밴드 이름 탄생 스토리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무명시절 돈이 없는 멤버들은 교통비를 포기하고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호두과자를 먹으면 집까지 눈물 흘리며 걸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크라잉넛’이라고 지었다. 크라잉넛도 이런 과거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이뤘으니 본받을 만하다 생각했다.

    항상 자살을 나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편견이 바뀐 부분이다. 자살이나 죽음을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않는데 그것들은 떠올리고 생각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고통스러우면 자살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누구나 자살을 한 번쯤 떠올린다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 “그럴 수 있어 괜찮아” 하며 위로하는 것 같았다. 유시민 말대로 누구나 죽음을 떠올릴 만큼 힘든 시기가 있다. 하지만 사회는 자살 자체를 좋지 않은 것이라고 하며 심지어 어떤 종교에서는 죄악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해서 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죽을 권리까지 타인이나 사회가 간섭할 권리도 없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죽음이라는 주제로 된 책을 읽어본 적이 없고, 또한 읽기도 원하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죽음이라는 자체가 매우 무서우며 공포스럽다. 죽는 상상만 해도 숨쉬기가 어려울 것 같고 매우 고통스러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이 책에서는 누구나 죽으며 받아들이긴 힘들겠지만 덤덤히 받아들이고 남은 생을 기쁨으로 채워나가라고 한다. 이 부분에서 매우 공감을 했다. 아직 일어날 것 같지도 않을 일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고 불안해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을 했다. 또한, 남아있는 사람들, 내 물건, 내 생활들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었지만 죽음 이후엔 아무것도 없기에 집착도 욕심도 한층 없어진 기분이다. 죽음은 누구나 겪는다. 조금 더 마음을 편히 가지고 매 순간순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노는 것에 대해 쓴 부분도 좋았다. 현대인들은 놀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한 채 노력만을 요구하는 사회 인식이 보편적인 것으로 되었다. 나도 20대 초반은 돈을 벌기 위해 배우고 노력하는 삶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삶의 이유는 돈 이외에 없어서 마냥 노력하는 삶이 좋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일도 적성에 맞고 놀 듯이 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실현시키기 매우 힘든 일이다. 오늘의 행복을 위해 매일 노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말하는 ‘워라벨(Working &Life Balance)’을 실현시킬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이 마저도 지키기 힘든 일을 하고 있다면, 조심스럽게 이직을 권해본다. 사회인식을 벗어나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유시민은 비록 55살이 되도록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노력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실 나이가 들면 바뀌기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인데 이렇게 자기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너무 멋있었고 그것을 책으로 내어 모두와 공유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웠다.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뀐 것들이 있으며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앞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마음 편히 생각할 수 있었다. 더 늦게 읽었으면 어쩔뻔했나 하고 안심해본다. 이 책을 덮고 내일부터 아직 많이 먼 내 죽음까지 계획할 예정이다.